안녕하세요! 늦어서 정말정말정말 죄송합니다. AUG 29, 2022
(였어야 하지만 실은 SEP 02인...) FReeRIDeR NEWSL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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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임승차입니다.
도서, 영화, 전시, 음반, 공연, 방송, 맛집, 신제품 등 분야의 경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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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문화 자산에 무임승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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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TOWN LIVE 2022 - 놓쳤으면 후회 할 뻔 했다]
아마 코로나로 크게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가 공연계일 것이다. 특히 아이돌 콘서트는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제한을 받았었는데 올해 하반기 부터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흔히 슴콘이라고 부르는 SM타운라이브도 국내 대면공연은 2017년, 일본에서의 대면공연도 2019년이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엔 망할 역병이 온세계를 뒤흔들 줄 몰랐으니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의례적인 인사로 마무리했던 공연들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 모두에게 큰 충격이자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올해 1월1일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SMTOWN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지만 확실히 오프라인 공연이 줄 수 있는 생동감과 현장감을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번 SMTOWN LIVE 가 더 기다려졌다.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현장에서 즐기지 못하고 현장 중계방송을 통해 관람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신기한 것은 1월1일의 온라인콘서트와 이번 현장중계 모두 그저 화면으로 보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했지만, 확실히 오프라인 콘서트에서는 웅웅대는 마이크 울림과 팬들의 함성소리와 같은 현장감이 화면을 뚫고 전해져 그야말로 아주 신나는 방구석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SM의 조상님인 강타, 보아 에서부터 든든하게 기둥을 받치고 있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어느새 6년차가 된 NCT와 이제 막 데뷔한 에스파, 그리고 아직 데뷔하지 않은 SM ROOKIES까지 장장 4시간에 걸쳐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특히 이번 콘서트가 더 기다려졌던 것은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소녀시대 완전체가 콘서트에 참여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2017년 10주년 앨범을 마지막으로 소속사도 달라지고 개인활동이 많아 지면서 언제 다시 완전체의 소녀시대를 볼 수 있을지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이번 콘서트는 가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생겨버린 것이다.
8월 20일에는 수원에서, 8월 28일에는 도쿄에서의 콘서트를 각각 유료중계를 통해 볼 수 있었는데 20일의 공연이 너무 만족스러워 28일 공연도 역시 결제하여 2주 연속 핑크블러드(SM 음악·콘텐츠에 반응하는 팬들을 일컫는 말로, SM의 상징색인 핑크색 피가 흐른다는 말에서 착안한 단어)가 가득한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총평 -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
콘서트는 시작 부터 요일바, 임레이, 긴조, 레이든, HYO(소녀시대 효연) 의 디제잉 공연으로 완전히 달아올랐다. SM의 다양한 가수들의 음악을 베이스로 변주되는 음악들은 콘서트의 에피타이저로 충분한 역할을 해주었다.
그룹의 활동곡 뿐만아니라 솔로곡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특히 엑소와 샤이니는 백현과 태민이 군대에 가있기 때문에 그룹곡은 보여줄 수 없었지만, 대신 각 멤버들의 솔로곡으로 무대를 꽉 채워 각각의 멤버들의 음악 스타일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먼저 엑소는 수호의 Hurdle,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 카이의 Peaches, 시우민의 Serenity(곧 발표될 솔로 앨범의 곡이었다!) 를 차례로 보여줬다. 네 명의 무대는 같은 그룹인가 싶을 정도로 달랐지만, 각각의 음악스타일과 매력을 찰떡같이 발견할 수 있었다.
솔로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곧 나올 키의 솔로 정규 2집 타이틀곡 가솔린의 무대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금빛을 뒤집어쓰고 모두 잡아먹겠다는 독기 가득한 눈빛을 보여주며 등장했다. 엄청난 댄서들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힘이 가득하면서도 유연한 안무로 휘몰아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NCT는 각 유닛의 타이틀곡들과 2020년에 선보였던 레조넌스 무대를 준비했다. 특히 놀라웠던것은 웨이션V의 무대였는데, 여러가지 일들로 무대에 다섯명 밖에 오를 수 없었지만 멤버들 모두 기합이 들어간 모습을 보여줘 꽤 안정감이 느껴지는 무대를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완곡 무대를 하는 모습을 찾아 본 적은 없었는데 라이브와 퍼포먼스 모두 감탄할 만 했다.
레조넌스 무대는 NCT 2020년의 프로젝트로 3곡의 타이틀곡과 1곡의 수록곡을 혼합하여 만든 무대이다. 21명의 전체 멤버들이 그룹을 만들어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유닛으로서, 또 NCT의 모토이기도한 무한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멋진 무대였다.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는 히트곡 메들리 무대를 꾸며 갑자기 행복한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다. 슈퍼주니어는 블랙수트, 쏘리쏘리, 미인아를 동방신기는 주문, HIYAYA 여름날, 풍선의 메들리를 라이징선으로 마무리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무대였는데 갑자기 선물을 받는 느낌으로 집에서 열심히 따라 불렀다.
드디어 소녀시대의 무대가 시작되고 15주년 기념앨범의 타이틀곡인 FOREVER1과 여름 필수곡 PARTY를 들려주었다. 뭉클한 마음과 반가운 마음을 가득 안고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중반부에 잡힌 효연의 얼굴의 심상치 않았다. 결국 자기 파트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ㅠㅠㅠㅠㅠ FOREVER1이 끝나고 모든 멤버들이 효연을 달래주는 모습이 소녀시대의 팬이든 아니든 이 순간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 같았다.
SMTOWN LIVE의 엔딩곡인 빛은 몇 번을 들어도 정말 명곡이다. 모든 가수들이 나와서 차례로 파트를 나눠부르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정말 모두 하나가 된 듯 느껴지게 한다. SM소속가수들도 점점 많아지고 가수들 간에도 몇 번 얼굴 본적 없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모두 함께 빛을 부를 때 만큼은 마음이 벅차오르기까지 하는 것이다.
샤이니 루시퍼의 첫 구절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을 절로 외칠 수 밖에 없을 만큼 모든 가수들의 무대가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SMTOWN LIVE는 시쳇말로 그저 소속사의 상술에 휘둘리는 호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호구라면 매번 당해도 좋을 만큼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무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만족을 주었다. 조금 더 좋아하는 가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SM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가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게 할 만큼 핑크블러드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 콘서트는 꼭 현장에서 보고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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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숨 돌릴 틈 없는 2시간의 질주, 그러나 결승점에서 힘이 빠진 이유]
최근 이정재가 감독하고 이정재, 정우성이 투톱으로 주연한 영화 <헌트>를 관람했다. 이 둘은요즘 남배우들 참 인물 없다며 통탄할 때 비교군으로 언급되는 단골손님이지만 이미 나이로는 불혹을 훌쩍 넘긴 ‘아재’들이라 올려쳐 주기도 싫은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고, 더군다나 외모가 전혀 내 취향이 아닌지라 별로 관심 없는 남배우들이긴 하다. 그러나 영화가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 지난 주말의 여가생활 픽이 되었다.
<헌트>는 격동의 1980년대 한국 현대사를 바탕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전두환 군사정권의 집권 과정과 독재 등 현실의 사건들과 더불어 북한군 전투기 조종사의 귀순, 아웅산 수치 묘소에서의 전두환 암살 시도 등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가상의 사건들이 섞여서 진행되는 대체역사물이다. 남파 간첩 ‘동림’의 정체를 쫓으며 서로를 동림이라 의심하는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대결에서는 창작물의 스릴러적인 재미를 주며, 동시에 그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실제로 겪었던 독재정권이라는 아픈 과거 그리고 아직까지도 남과 북이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고 대립해야 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영화에 대한 소개와 요약은 여기까지 하고 주관적으로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상을 얘기하자면,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낭비되는 장면이나 대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러닝타임 내내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는 쉴 새 없이 총격전과 고문, 폭발 등이 이어지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누가 누군지 놓치거나 금방 스토리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러나 그만큼 옆길로 새지 않고 투톱 주인공들의 대립과 서사로만 꽉꽉 채우겠다는 의지가 돋보이기도 한다. 이정재가 감독인 덕분인지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등등의 유명 배우들이 특별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순한 북한군 조종사 역할의 황정민을 제외하면 거의 대사 없이 단역으로만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주인공인 평호와 정도 외의 다른 주변 인물들에게는 서사가 거의 할당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철저하게 주연 두 사람 사이의 대립에만 집중한다. 애초에 <헌트>의 개봉 전 바이럴 마케팅의 컨셉이 ‘둘 중 누가 간첩 동림인가?’이기도 했고. 덕분에 한국영화의 특징으로 언급되는 몇 가지 요소들, 예를 들어 형사물에서 “수상한 냄새가 나 냄새가…” / “킁킁, 나 씻고 와서 냄새 안 나는데?” 따위의 진부한데다가 썰렁하기까지 해서 몰입을 깨는 억지 개그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이 팍팍 들어가 있다.
또한 잘 나가다가도 꼭 억지로 감동과 슬픔을 유발하는 소위 감성팔이, 신파가 없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 영화는 현재 트위터 등지에서 아저씨 둘을 엮는 브로맨스 맛집으로 흥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정작 영화 내에서는 평호와 정도가 서로를 동림으로 의심하거나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대의를 각자 추구하는 것 외에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라거나 숨겨진 사적인 이야기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화려한 휴가>나 <택시 운전사>등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 중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이 대부분 소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참상을 통해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며 비판의식을 고취시켰다면, <헌트>는 평호와 정도의 생활인다운 모습은 전혀 없이 그들의 캐릭터는 같은 민족끼리 대립해야 하는 비극(박평호)과 자국민을 탱크와 총으로 짓밟은 권력자들과 그 하수인들(김정도)을 대리로 표현하는 장치로써 기능한다. 개인적인 감정과 신파를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평호와 정도가 처한 상황과 번뇌를 통해 그 시절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아픔과 비극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이렇듯 시종일관 선 굵고 묵직한 영화이기 때문에 주말에 잠시 뇌 빼고 오락영화로서 즐기기엔 너무 무거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헌트>조차 극복하지 못한 한국영화의 고질병 하나. ‘한국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사를 잘 못 알아듣겠다’는 불만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의 스토리 상 시도때도 없이 총격과 폭발이 일어나서 시끄럽기도 하고 유독 무전기로 소통하는 장면이 많은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연들 특히 이정재의 발음이 뭉개져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불만을 온라인 상에서 꽤나 찾아볼 수 있었으니 이건 비단 나라는 관객의 집중력 부족 탓만은 아니리라. 이 문제점이 가장 절실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심지어 영화의 마침표를 찍으며 핵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엔딩 장면이다. 박평호가 자동차 안에서 죽어가며 자신의 감시역이던 조윤정에게 남긴 유언은 바로 “그때 너 되게 @#$%&! 섹시했어…”…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이 진지한 영화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맥이 탁 풀리는 아재스럽고 촌스러운 대사라니, 용두사미 아니 아예 꼬리가 없는 수준 아닌가. 그러나 그 대사는 알고 보니 “너는 이렇게 안 살 수 있어” 였다. 아직 젊은 윤정 즉 새로운 세대들은 평호와 정도가 겪었던 비극 없이 다르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암시하는 이 중요한 장면에서 발음 문제 때문에 몰입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더 웃긴 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렇게 잘못 들은 관객이 절대 나뿐만이 아니었다. 녹음 기술 혹은 배우들의 발음 문제 중 어느 쪽이 더 잘못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대사마저 제대로 딕션이 들리지 않아 많은 관객들이 황당한 오해를 했을 정도이다. 이쯤되면 진지한 대사를 웃기게 잘못 알아들었다는 에피소드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지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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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그리고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시작부터 험난했다. 대국민 피케팅이라는 명절 열차 예약, 전 팬덤 고수들이 총출동한다는 임영웅 혹은 나훈아 콘서트 예매처럼, 이것의 경쟁률은 팬덤에 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원할 때 가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탓에, 1차 전시에서만 볼 수 있던 인왕제색도 구경은 시도조차 못했다. 2차와 3차 예매마저 모두 처참히 실패한 후, 마지막 4차에서는 절치부심했다. 연차를 쓰더라도 평일에 가야겠다. 과연 산독기의 힘, 수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겨우 막차에 올라탔다.
평일 연차는 아름다웠다. 5시 회차였기에 나는 잔뜩 계획을 세웠다. 일단 이촌에서 맛있는 걸 먹어야지.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구경하는 거다. 느긋하고 여유있게, 정말 사유를 할 수 있을만큼 본 뒤엔 패키지로 구매했던 아스테카전도 봐야지. 기대에 부풀어 '한번쯤 큐레이터'라는 책도 꺼내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의 직업 에세이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그 너른 공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새삼 설레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신 차리고 보니 한낮이다. 헐레벌떡 박물관에 도착하니 4시가 넘은 시간. 그 와중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박물관이 6시에 문을 닫는단다. 5시 회차가 다른 회차에 비해 널럴하게 예매할 수 있었던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약 한시간반, 두 개의 전시를 모두 봐야했다. 아스테카전 입장권을 확인해주는 직원은 재입장이 불가하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괜찮으시겠냐 물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전시장을 헤치고 다녔다. 신비로운 유물과 거기에 얽힌 흥미진진한 역사를 아주 꼼꼼히 살펴보고 머릿속에 꼭꼭 담아넣고 와야지, 하는 기대와 의지는 월급날 통장 잔고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럼에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은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아스테카' 이름에 대한 이야기다. 혼용하는 '아즈텍'은 미국식 발음이고, 본래는 '아스테카'였으나 어느날 그들이 모시는 신이 명하길, 메시카로 바꾸라고 했단다. 이에 현재의 멕시코라는 이름이 유래한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3대 문명을 잉카, 마야, 아스테카로 꼽는데 그 중 아스테카가 멕시코 쪽의 호수 어딘가에서 시작된 도시국가인 것만큼은 앞으로도 기억할 것 같다. 또 하나는, 전시회 초입에서의 경고 문구다. 두개골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는 내용이었는데, 실제로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징그럽다거나 무섭지 않았다. 제의적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어서 그런지 낯선 힘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전시의 제목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스테카에서는 태양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신화에서도 태양은 주된 모티브이고, 일상을 꾸려나갈 때도 종교처럼 밀착되어 있었다.
부끄럽지만 나의 무식을 고백하자면, 아스테카에 대한 그 어떤 사전 지식도 없었다. 대충 잉카나 마야 쪽의 독특한 유물 이미지와 닮은 흐릿한 무언가로서나 존재하지, 인신공양이나 정복전쟁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아마 이번 전시가 그런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다양한 문화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방점을 둔 것 같았다. 그래서 미리 공부를 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할 때에도 어떤 베이스는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휘몰아치듯 관람을 마치고 전시장을 나오니. 떠듬떠듬 테노츠티틀란이나 믹틀란테쿠틀리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가 이내 흩어졌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서둘러 상설전시관에서 기획전시실로 이동한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에서의 이건희 컬렉션을 관람한 바 있다. 감탄, 감격, 혹은 감동, 놀라움, 의아함, 수많은 감정과 감상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가장 또렷하게 스스로를 관통하던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나도 돈 많이 벌고 싶다'... 당연히 소장했었다던 작품들의 면면도 대단하지만, 그 작품들을 보관하고 있었을 넓은 공간이 부러웠고, 무엇을 소장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만큼의 안목과 시간적 여유, 혹은 주변의 도움이 부러웠다. 감히 부러워하기도 민망할 지경의 격차이기에 평소 별 감흥도 없었는데, 눈앞에 실재하는 물성을 인지하니 부러워하고 싶어졌다. 이게 바로 견물생심인가.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감성적인 전시명은 기만인가 싶을 정도로 그 속살에 비해 지나치게 소박했다. 커뮤니티에서 본 유머러스한 사르카즘에 따라 '어느 장물아비의 초대'라고 할 만했다. 종류, 주제, 국적, 시대 그 모든 것들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총망라해있었다. 일자무식, 나같은 문외한이 보기에는 정신없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이 놓여 있었고 그것을 묶는 것은 이건희라는 비대한 수집가(장물아비)의 자아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각각이 찬란해, 돈을 주고라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블랙코미디 같았다.
사대주의에 찌들은 취향인지라 전시에 오기 전 가장 기대했던 것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었으나, 유독 아름다웠던 잔상이 남는 것은 김환기의 산울림이나 곽인식의 작품이었다. 현대미술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심오한 해석을 할 줄은 모른다. 다만, 실물로 마주했을 때의 압도받은 듯한 느낌을 감지하고 좋아할 줄은 안다. 마크 로스코나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봤을 때처럼, 그 감격은 단순히 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혹은 부연한 설명 없이 고요하게 존재하기에 내멋대로 감상을 덧붙이며 무한 확장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눈이 뜨이는 경험은 현대미술에 한한 것이 아니었다. 교과서에서 수도없이 마주했던 '질박한 백자'가 문자 그대로 온 몸에 와닿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달항아리는 균형이 맞지 않음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그윽한 향기를 품고 있었다. 화려한 무늬도 없고 모양도 단순한 데다 정확하지도 않다. 말그대로 백색의 둥그런 항아리인데도 눈길을 붙잡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고전 미술이 아름답다는 것을 스스로 머리에 입력하면서도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는데, 전시장의 넓은 쇼케이스에 놓인 하나하나의 그릇들은 마치 예쁜 조약돌이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문제는, 모네든 김환기든 백자든 불국설경이든 별도의 방을 두고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했다. 다시 한 번 귓가에 나를 재촉하는 음악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다. 모든 작품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다음 작품까지는 하염없이 기다림이었다. 결국 나는 가장 무식하고 없어보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일단 작품마다 사진과 설명을 다 찍어두고 마음이 가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보기로. 이것은 아마 전시를 보는 최악의 방법일 것이다. 역시나 관람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기억이 아니라 스마트폰 속 메모리뿐이다.
사실 이 글은 전시회에 대한 후기가 아니다. 지각하는 삶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다. 예매부터 방문하고 깊은 감상에서마저도 아름답고 멋진 기회들이 있음에도 나는 늘 늦어서 놓치고 후회한다. 심지어 이 글마저 지각이다. 언제쯤이면 개과천선해서 지각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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