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
이번 호는 2023년을 맞이하여 계획, 다짐, 감상 등을 담았습니다. 올 한 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앞으로도 계속 따뜻하게 지켜봐주세요!
지속적으로 도서, 영화, 전시, 음반, 공연, 방송, 맛집, 신제품 등 분야의 경계 없이 각자의 콘텐츠 경험, 배경 지식, 취향을 자유롭게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문화 자산에 무임승차하겠습니다.
마트 가는 즐거움 이상을 함께 나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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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이 말했다고 한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우리나라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의 형식에 대한 집착은 수미쌍관으로 피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2022년 결산과 동일한 형식으로 2023년의 결심 혹은 계획을 풀어보겠다는 뜻.
영화
2023년 가장 기대작이라면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펜하이머'다. 드디어 킬리언 머피가 주연으로 등장하며, 맷 데이먼, 로다주, 플로렌스 퓨 등이 출연한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값만으로는 더이상 콘텐츠의 퀄리티를 담보하지 못하게 된 오늘이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라면 '화려한 쇼'에 대한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화려한 쇼'라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무려 7을 달게 된 미임파 시리즈는 탑건으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한 톰 크루즈의 간판 작품이기에, '속는 셈 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보러가게 될 것 같다.
마블 시리즈는 이제 더 이상 예전만큼의 몰입도와 짜릿함을 선사하진 못하지만, 최근 슬램덩크가 귀신같이 다시 불타오르는 걸 보자면 덕통사고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니 쉽게 판단하진 않으려 한다. 그래도 정이 있지.
책
책은 영화처럼 굵직한 예고편 같은 것들을 체감하진 못한터라, 간단하게 나의 올해 독서 방향에 대한 다짐 정도로만.
2022년에는 2021년보다 많이 읽고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목표였다. 목표를 달성했는가 하면 반반인 것 같다. 더 많은 권수를 펼쳐보긴 했는데 완독의 관점에서는 비슷한 수준에 그쳤고, 기록 또한 체계적으로 했다기보다 메모가 좀 더 추가된 정도였다.
올해는 제대로 읽고 많이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읽고싶은 책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으니 더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은 버릴 수 없다만, 그저 숫자에 집착해 쉽고 빨리 읽힐만한 책들 여러권을 손대기보다 좀 더 의미있고 내용이 차 있는 책들을 읽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두껍거나 낯선 주제거나 어려운 내용이라면, 가벼운 책 두 세권 읽을 품이 들어가다보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일명 '벽돌책'들도 완독은 어렵더라도 찬찬히 친해져보려고 한다. 특히 올해는 과학책들과 많이 가까워지고 싶다. 그리고 기록은 더 꼼꼼히, 많이 해야지.
전시
첫 번째로,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 도전하고 싶다. 2022년 고민을 해보다가 입장료가 부담스러워 포기했는데,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됨(!!) 그래서인지 입장 인원도 엄청났다고 한다. 그래서 용기를 얻어 올해에는 꼭 방문해보고 싶다. 기왕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한 번은 방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로 에드워드 호퍼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고 한다. 특별히 사랑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일단 유명세에서 먹고 들어가다보니 (...) 기대하게 된다. 게다가 휘트니 미술관과 함께 기획했다는 점에서 가산점 추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꾸준히 굵직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건희 전시, 아스테카, 그리고 '대박'이라고 할 만한 합스부르크전까지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에 올 여름 준비 중이라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역시 기대 중이다. 무려 고흐와 렘브란트, 보티첼리, 라파엘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그 외에 호암미술관이 리뉴얼을 마치고 김환기 회고전을 한다고 한다. 호암미술관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긴 하다만. 리움미술관은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을 한다는데, 잘 모르지만 흥미로워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해에는 타데우스 로팍, 리만 머핀, 파운드리 서울, 국제 갤러리 등에 가보려고 한다!
음악
드디어... 드디어 변백현이 돌아온다. '솔직히 저만한 사람 없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를 지난한 시간을 통해 스스로 증명해낸 싸람. 백현은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무게 중심을 잘 잡아낸 것 같다. 재능이 있고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 앞으로 얼만큼 나아갈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너무나 궁금하다.
아이유의 음악은 멜론탑백귀건 홍대병에 절여진 귀건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을까 싶다. 둘 중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나 역시도 그렇다. 올해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했으니까 정규앨범 기대해본다.
소비
간단. 2023년에는 맥북병 치유해본다.
먹킷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와 녹아내려를 한큐에 해결했던 것처럼, 2023년에는 대구에 야구를 보러 가서 카페 루시드의 푸딩 빙수를 먹는 것이 목표! 야구는 꼴찌를 하고 있으면 분통터져서 보고 싶지 않고, (혹시아주만약에) 잘하고 있으면 또 내가 가서 보는 바람에 괜히 바람 잘못 탈까봐 두려워서 보러 가지 못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새로운 라팍을 구경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기필코, 가봐야지. 플러스, 대구 역시 의외로 (?) 서울이나 부산처럼 힙한 카페들이 많아서 루시드 외에도 열심히 찾아가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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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들이 돌아온다 - 전역하는 아이돌들
2023년 가장 기대되는 분야라고 해도 모자랄만큼 기다려왔던 나의 청춘들의 컴백!! 바로 엑소와 샤이니의 컴백이다.
먼저 샤이니는 4월 태민이 전역하면 완전체 앨범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지난 2021년 다른 세 명의 전역 이후 바로 Don't Call Me, Atlantis로 너무나 멋진 앨범을 보여줬고, 태민도 입대전 Advice 앨범으로 휴식기를 멋지게 장식하며 군입대를 알렸다. 나오는 앨범마다 만족스러운 활동을 했기 때문에 올해 완전체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된다.
다음은 엑소의 완전체 앨범소식이다. 2월 백현이 전역하면 엑소의 완전체 앨범이 발매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아직 엑소는 막내들의 군입대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 엑소가 돌아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정말 기대가 큰 해라고 할 수 있다.
데이식스와 온앤오프의 군백기도 올해 종료될 예정이다. 특히 온앤오프는 한국인 멤버 5명이 동반입대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군대 내에서도 여러가지 행사들로 함께 노래부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팬들의 기다림에 단비같은 기쁨이 되어주었다. 데이식스도 멤버들이 서로 다른 곳에서 복무를 하고 있지만 군대 내 행사나 라디오 등에서 무대를 함께 하는 모습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원필을 마지막으로 올해 모두 전역하면 완전체 앨범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3년 아이돌 전역일
엑소 백현 : 2월 5일
샤이니 태민 : 4월 4일
데이식스 young K : 4월 11일
온앤오프 MK : 6월 20일
온앤오프 제이어스 : 6월 26일
온앤오프 와이엇 : 6월 26일
온앤오프 이션 : 6월 27일
온앤오프 효진 : 6월 27일
데이식스 도운 : 7월 16일
데이식스 원필 : 11월 27일
2. 나 자신 돌봐주기 - 운동, 다이어리, 독서
작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집중했던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이었다. 아이를 돌보듯 나 자신을 돌봐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낀 한해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운동, 다이어리쓰기, 독서 세 가지 활동이다. 삶에 작은 규칙을 만들어 주고 온전히 나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2023년에도 세 가지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고싶다.
3. 소소한 재미 - 상반기에 개봉하는 마블영화 2편
마블드라마는 다 챙겨보지 못해도 영화는 챙겨보고 있는데 일단 2023년에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앤트맨과 가오갤 시리즈 모두 점점 거대해져가는 마블세계관 속에서 자신들 특유의 소소한 이야기와 유머가 있어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두 영화 모두 시리즈의 마지막 3편인만큼 어떤식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마무리 지을지, 마블 전체의 흐름과 어떤 어울림을 보여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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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꾸준하게 전념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진정’으로 ‘가치’있는 무언가일 것이다. 이 무임승차가 끊기지 않고 계속 발행된다면, 그 꾸준함에는 이 뉴스레터에 무임으로 승차한 사람들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고, 그 진정성이라는 연료로 이 열차는 계속 달릴 것이다. (중간 중간 멈추는 역마다 새로운 탑승자들이 함께 하길 바라면서)
올해 나의 목표 중 아주 가까운 ‘실체’는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잘 마치는 것(수료를 해야 한다)과 운전에 도전하는 것(면허는 있지만 운전 경력이 없다)이다. 그리고 ‘이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수료’, ‘운전’, ‘이사’. 아마도 이 세 개의 바퀴가 엄청난 속도로 2023년 달력을 휙-하고 넘겨버릴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눈 깜짝할 사이에 2024년이 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도 중간 중간 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겨울 동안 미뤄왔던 ‘등산’을 다시 재개할 것이다. 안 그래도 1월 30일 올해 첫 등산이 예정되어 있다. 혼자는 못가고. 등산을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거기에 또 나는 무임승차를 한다. 난생 처음 아이젠이라는 것도 구입했다. 등산은 나에게 새로운 것을 피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정말 산 타는 것을 싫어했고, 산 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 만큼 편견이 우리 삶의 많은 선택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등산을 통해 깨달았다.
너무 많은 올해의 다짐은 지키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에 여기까지 나의 올해 목표를 멈춰보겠다. 수료, 운전, 이사, 등산. (써보니 엄청 묵직하네…) 2024년 1월 뉴스레터에서 이 다짐에 대한 리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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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필연인지, 토끼띠인 내가 계묘년에 맞추어 인생에서 제일 어렵고 떨리는 도전을 하게 되었다. 물론 실제 2023년 1월 1일은 진작에 지났지만 구정이 지나야 비로소 ‘계묘년’의 시작이므로 조금 억지로 짜 맞추어 보았다. 구정 연휴가 끝나고 나면 나는 2월 1일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다. 내가 여태까지 거쳐 온 N개의 일자리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포지션이다.
헤드헌터로부터 처음 컨택이 왔을 때, 나는 JD(Job Description, 채용하는 포지션의 직무 내용과 요구되는 스펙 등에 대한 상세한 기술)를 받아 보고 단박에 ‘좋은 기회이지만 저에게는 너무 오버스펙인 것 같아서 도전하기에 벅차 보인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에둘러서 거절하는 답변을 보냈을 정도로 어려워 보이는 일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오퍼를 받게 되었으니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다. 물론 그 회사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내 직무와 관련된 지식 등을 상세하게 물어봤다면 나는 절대로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엄살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바로 직전 회사보다 훨씬 오른 연봉(그렇다고는 해도 원래 받던 연봉이 너무 작고 귀여운지라 그 오른 연봉도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과 회사의 이름값 그리고 무엇보다도 커리어적으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점프를 할 기회를 운 좋게 잡았음에도, 이렇듯 나에게는 무리인 직무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설렘과 기쁨보다는 현실적인 걱정이 더 앞서고 있다. 이 포지션보다 난이도가 훨씬 낮았던 지난 직무들도 제대로 못 하고 심지어 일 못 해서 잘린 적도 있는데 이 일을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과 압박에 사실은 입사가 가까워질수록 더 무섭다. 오히려 올 1월에 기존 회사에서 업무 마무리와 인수인계를 진행하면서 더 마음이 편했고 재미있었다. 어쨌건 퇴사할 사람이니까 거래처나 회사 내부 사람들 모두 다들 잘 대해 주었고, 실수를 해도 어차피 나는 나가니까 나 스스로도 가벼운 마음으로 흘려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막상 재직 중에 나는 크고 작은 실수투성이에 게을렀는데도, 과거란 미화되는 것인지 몰라도 같이 일했던 분들이 고생 많았다며 선물도 사 주고 훈훈하게 마무리해서 감동적이고 기분이 좋았다. 만약 내가 퇴사 안 하고 계속 일을 같이 했다면 내가 너무 못해서 오히려 사이가 나빠졌을 수도 있는데 허허. 인수인계 기간 동안 구정연휴에도 자처해서 원격으로 후임자와 인수인계 미팅을 하고 자료를 만들고 퇴사날에도 10시까지 사무실에 남아서 후임자 분에게 업무를 알려드리는 등 나답지 않게(?) 열정적으로 인수인계에 임했던 건, 사실 책임감이 아니라 재직 기간 동안 너무 일을 못 했기에 그것에 대한 속죄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금 회사뿐 아니라 이전 회사들도 늘 그래왔고.
아무튼 항상 최악의 경우의 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나답게 벌써부터 일 못해서 잘리면 그 다음에는 뭘 할지 플랜 B를 고민하는 중이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은 자기비하가 아니라, 냉정하게 ‘직업과 일’이라는 시장에서 한 명의 노동자로써 현실적으로 내가 가진 가치를 따져봤을 때 논리적으로 도출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여태까지 해 온 분야는 내가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좋아하거나 동경하지도 않았고, 혹은 좋아하진 않더라도 그럭저럭 잘 해 내지도 못했다. 일에서 느끼는 재미야 그렇다 쳐도, 원래 잘 하지도 않는데 심지어 앞으로 더 공부한다고 해도 이미 30대 중반의 굳은 머리와 나의 나약한 의지력의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 때문에 크게 발전을 이룰 가능성도 별로 없다.
생각해 보면 대학교 졸업 이후 지금까지 약 10년 간 그럭저럭 한 사람 몫의 밥벌이를 하며 살아왔음이 새삼 감사하고 또 신기하다. 예체능이나 손기술, 사업 등의 재주가 있는가? (X) 그럼 월급쟁이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전문직이거나 이과 분야인가? (X) 외모로 먹고 살거나 근로소득 없이도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가? (X) 비록 전문직 아닌 문과 사무직일지언정 자기 분야에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았는가? (X) 하다못해 단순한 업무일지라도 일 머리가 좋고 센스있고 꼼꼼한가? (X) 그나마 평균적인 한국인들보다 내세울 건 이름값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부 졸업장과 보통보다 좀 나은 영어 구사력뿐인데, 대졸 인플레가 심한 한국의 문과 취업시장에서 나에게 허락된 일자리의 개수는 지극히 소수인 건 안 봐도 유튜브가 아니던가.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연차에 걸맞는 커리어와 직무 경험이 있지 않으면 더더욱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이런 나에게 더 나은 포지션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이고 운이다.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지만,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갑작스레 찾아온 이 행운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 같다. 마침 계묘년의 생일이 얼마 전에 지나서 이제 만으로도 35세, 국가나 지자체, 각종 민간기업 등의 웬만한 ‘청년’혜택에는 이제 들어가기 힘든 진짜 어른의 나잇대에 편입하였다. 계묘년에는 일에서도 인간으로서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내가 될 수 있을까? 2024년의 첫 뉴스레터에는 스스로를 향한 나의 이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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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육아가 뭐길래
우리 아기가 밥을 안 먹는 아기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일단 ‘밥을 안 먹는’다는 것은 어느정도 크고 나서 어린 애가 투정부릴 때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분유를 밥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아니 분유는 물리면 누구나 잘 먹는 것 아니었나요!) 더욱이 우리 아기는 조리원에서부터 빠는 힘이 남다른 아이라고, 모든 아이가 이렇지는 않다고, 아주 야무지게 제 몫을 잘 챙겨먹는 아이라고 누차 들어왔던 터였다. 그래서 어느덧 우리 아기가 분유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정말이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섣부른 조언은 금물, 나 역시 처음부터 조바심을 낸 건 아니다. ‘그래 너도 사람인데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겠지’ 여유롭게 넘기기도 하루이틀을 넘어가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개 이맘때쯤 우리 아기와 비슷한 몸무게의 아기들은 하루에 최소 800ml 이상은 먹는다는데, 800ml는커녕 700ml도 넘기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인터넷에는 ‘밥을 안먹는 아기’를 둔 동지(이하 안밥모 동지)들이 많았고 그 동지들의 경험담과 전문가의 소견을 종합했을 때 대략 700ml 내외로 먹는다면 문제 없다는 믿음이 있었으므로. 하지만 우리 아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700ml 언저리를 오가던 수유량은 600ml 중반에서 다시 초반으로 떨어졌고 수유량이 떨어질수록 인터넷에 있던 안밥모 동지들을 찾는 건 더 어려워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나와 같은 동지들이 많아서 분명 위로가 되었는데 이제는 인터넷에 고민글을 올리는 안밥모 동지들이 걱정하는 수유량조차 내게는 너무나 부러운 수유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덧 하루 총 수유량이 500ml가 겨우 넘었을 때(그나마도 내가 멱살잡고 겨우 먹여서!) 나는 이 사태를 그저 방관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생각만 했을 뿐이지 방관할 수 없으면 뭐 어쩔 것인가, 주리를 틀고 사약 먹이듯 억지로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아기에게 화를 내다가 아기 앞에서 울다가 다시 미안하다고 안아주다가 끝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지내는 날들이 도돌이표처럼 계속되었다.
이때 나를 가장 괴롭고 화나게 하는 말은 ‘억지로 주지 말고 배고플 때 줘’ 내지는 ‘자연스럽게 키워’ 따위의 선문답 같은 위로였다. 배고플 때 주라고? 아기가 언제 배고픈지 어떻게 알아! 우리 아기는 네시간 만에 수유를 해도 안 먹을 때는 고작 100ml만 먹고 마는 그런 아기 인데! 도통 배고프다고 울지도 않고 한참만에 분유를 줘도 다 남기는데! 나의 육아방식마저 타박하게 만드는 ‘자연스럽게’ 키우라는 게 대체 뭐길래 안그래도 괴로운 나를 더 괴롭게 만드는가.
‘아기가 배고파하는 신호를 모르는 게 잘못된 걸까?’, ‘초반에 텀을 지킨답시고 억지로 세시간, 네시간 꼬박꼬박 지켜가며 수유텀을 만든 게 잘못이었을까?’, ‘아기가 기계도 아닌데 너무 시간을 지켜가며 수유를 하고 낮잠을 재운 걸까?’ 그렇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기가 배가 고픈 건지, 졸린 건지, 그냥 지루한 건지,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나의 육아방식은 아무래도 한참 잘못된 것만 같다. 그리고 일부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선 반발심이 든다. 배가 고픈 건지, 졸린 건지, 그냥 지루한 건지,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게 뭐 그렇게 잘못된 거냐고. 육아에 관해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어디서는 ‘세시간마다 수유’ 이런 공식을 버리고 배고플 때 주라고 하지만 어디서는 수유텀을 꼭 지켜서 주라고 한다.(내원하는 소아과 의사 역시 네시간마다 주라고 했다.) 누군가는 하루에 먹어야 하는 수유 총량을 고려해 잠든 아기에게 수유하는 ‘꿈수’라는 것을 하지만 누군가는 수면교육을 위해 아기가 자다 깨서 배고파 울어도 일부러 수유하지 않고 내버려 두기도 한다. 심지어 똑같은 수면교육의 일환으로 꿈수를 하기도 하니(자다가 배고파서 깨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잠결에 든 아기에게 수유를 하는 것이다.) 대체 이 모든 육아방식 중 어떤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인지 누가 판단할 수 있으랴.
게다가 일정한 시간마다 먹이고 재우는 것이 얼핏 기계처럼 보일 수 있어도 한편으로는 아기에게 하루의 규칙적인 일과를 알려 준다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나쁜 방법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먹는 것 역시 그나마 내가 일정한 시간마다 여러 방식으로 먹여서(텀을 길게도 두었다가 짧게도 두었다가, 잠시간을 고려해서 졸릴 시간은 피해 수유했다가 혹시나 무의식 중에 많이 빨지는 않을까 잠결에도 수유했다가 등등…) 멱살잡고 끌어왔으니 그나마 아기가 최최최소 권장량 만큼은 섭취하고 건강하게 자란 것 아닐까. 오히려 배고플 때마다 수유하라는 말이야말로 아기가 울 때 왜 우는지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간편히 젖병부터 물리려는 게으른 육아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아닐까.
아기가 먹는 시간과 양, 자는 시간, 노는 시간 등을 일일이 어플에 기록해서 그에 맞추어 ‘아기가 원하는 바를 예측’하는 것은 확실히 ‘아기를 딱 보고 원하는 바를 알아차리는’ 자연스러운 육아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이게 최선의 육아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육아방식 역시 절대 틀린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심전심, 물흐르듯 아기를 키우겠지만 그것은 남의 일, 나는 일일이 기록하고 수유텀을 계산하고 예측하면서 아기를 키울 것이고 내게는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육아방식이다.
다만 내가 진짜 고쳐야할 게 있었다면 그건 아기에 대한 ‘믿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아방식에 완벽한 정답이 없다면 아기의 성장에도 완벽한 공식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조금 덜 먹더라도, 잘 못자더라도, 많이 울더라도, 더 나아가서 이 무렵 해야하는 발달상황에 맞게 바로바로 진척사항이 눈에 띄지 않더라도, 아기는 매시간 자라고 있으며 스스로 부단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절대 잊지 않기로 한다. (설령 내가 틀리게 키우고 있더라도 말이다.)
아기를 낳고 기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수천 년의 시간동안 인류가 해왔던 일이다. 이제껏 모두가 으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겨왔고 숨죽여 해냈기에 육아의 이 모든 디테일한 고충이 감춰져 왔던 것 같다. 분유 먹이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진짜 밥을 먹이게 되면 그때는 또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부디
그때는 안밥모를 찾아보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며 새해에는 조금 더 단단한 엄마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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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피드백, 건의, 시비, 비난, 플러팅 등등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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